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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순이의 길/똑똑똑 독서

#66 남은이에게 남겨진 '죽음'의 의미

by iwantfree 2019. 6. 28.

인간은 언젠가 죽지만, 나의 주변 사람들 죽음의 순간에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고 지병이 있는 것도 아니니 몇십 년을 함께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 믿음이 꽃다운 나이에 하늘로 먼저 간 친구로 인해 깨졌다. 주말에 스터디를 하던 순간 급하게 단톡방에 수십 개의 알람이 울렸다. 

 

 

'00이 죽었다고 부모님께 연락이 왔어. 지금 장례식 중이고 48일 동안 화장해서 00에 안치될 거래.'

 

 

누군가에게 보이스피싱을 당한 건 아닐까? 누가 사기 치는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2일 전까지만 해도 연락을 했고, 이 날은 친구의 생일이었다! 서로 타지 생활을 해서 친구를 볼 수 없었지만 아침에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낸 그 친구가 죽었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믿어서도 안되었다. 아직 카톡을 보지 않는 친구의 톡방에 여러 말을 남기고, 전화를 걸었지만 아리따운 음성안내 메시지만 들려왔다. 불안한 마음에 친구의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00이 친구, 00입니다. 지금 이상한 문자를 받았는데 00이 죽었다고... 거짓말이죠?'

'맞단다. 지금 장례식 중이란다. 정신이 없어서 이제야 00 이한테 연락해서 알려주었구나..너는 건강해야 한다. 몸 관리 잘하고.'

 

 

울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니는 내게 건강하라는 말을 계속했다. 통화를 끊나고 멍하니 자리에 주저앉았다. 울음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급하게 고향으로 내려갔다. 장례식 마지막 날 연락이 되어 납골당에서 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아직도 또렷한 목소리와 얼굴, 행동이 떠오르는데 저 작은 공간 안에 있다는 사실에 복합적인 감정이 밀려왔고, 허무했다.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 죽음은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았다. 

 

 

죽음은 뭔가요?

그때부터 나는 죽음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 인간은 언제가 죽는 다는 전제가 강하게 밀려왔고, 주변 사람에게 더 감정표현을 하게 되었다. 그리나 친구들이 우울하고 힘들어할 때면 괜히 불안해졌다. 시간이 무뎌져 가슴의 통증은 연해질 때,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을 통해 내가 아파하고, 힘들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출처 : 픽사베이

울지 못한 아이

드라마 속 친한 친구 또는 가족의 죽음을 맞이하면 꺼이꺼이 소리 내듯 울었다. 하지만 나는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너는 슬프지 않은 거야? 라고 물어본 사람은 없었지만, 눈물이 나지 않는 내가 기계 같아서 싫었다.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울음은 필요조건도 충분조건도 아니라는 말이 나를 울렸다.

울지 못한 내가 이상한 게 아니다. 오히려 나는 애통했다. 조금 더 다가가서 마음을 공감하지 못한 후회와 분노가 뒤섞였다. 이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나는 나와 죽은 친구에 대해 분노했다. 너무나도 나의 감정을 잘 알아주는 책이기에 조금은 가슴의 응어리가 풀렸고, 나도 모르게 책을 읽다가 눈물을 흘렸다. (죽음에 상처가 있다면 정말 읽어보면 울리는 부분이 많다.)

 

 

잘못된 의사소통.

그게 그 아이의 운이었다. 살 사람은 어떤 상황에도 살아남는다. 르죽죽하게 얼굴이 죽어있고, 매일 죽음에 관한 키워드만 검색하며 주말을 보내는 나에게 위로라고 건낸 말이다. 이건 사실 위로가 아니라 자기 합리화다. 그렇게 합리화시키며 산사람은 살아라는 말로 한 것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많다. 죽음의 가장 가까운 지인에게 조금 건너 사람들은 모두 잘못된 위로를 한다. 그건 오히려 화만 낸다. 

올바로 알고 말하자. 정말 죽음 또는 죽어감에 대해 말할 때 온전히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없으면 차라리 침묵으로 곁에 있는것을 낫다. 

 

 

 

다시, 납골당과 주말을 이후로 다시 올라왔다. 같은 일상을 반복하면서 살아온 지 몇 해가 지났다. 여전히 친구는 나의 마음속에 그 나이에 살고 있다. 그때 당시는 감정적으로 받아들였던 나의 모든 것들이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을 통해 공감하고, 죽음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죽음으로 가는 과정과 다양한 죽음의 마무리 그리고 나의 죽음 준비까지 나의 인생과 주변 지인들의 소중함을 다시 상기시켜 주었다.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 그렇지만 우리는 나와 주변 지인의 죽음을 부정한다.

언젠가 죽음을 망각하지 않길 바라며  Memento M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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