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싶은 아이
좋아하는 장르의 책을 꾸준히 읽은 지, 10년이 넘었다. 계속 읽다 보니 나도 글을 써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아이디어 노트를 만들고 짧게 생각나는 줄거리를 글로 적었다. 단 2줄이라도 상관없었다. 그 아이디어를 들고,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이야기는 5화를 넘기지 못했다. 읽는 것과 쓰는 것이 다른 점을 몰랐다. 눈은 이미 여러 책을 읽으며 높아졌고, 내 글은 이제 막 초보단계였다. 또한, 읽을때는 다 알지만 쓸 때는 더 넓은 세계관의 지식이 필요했다. 이렇게 나는 내 눈앞에 있는 벽에 한번 무너졌다.
그 뒤, 다시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는 독서모임을 통해 써보자는 마음을 먹었다. (여전히 글은 마음에 안듬) 따로 공개는 하지 않고, 혼자 습작처럼 끄적이는 글들 엉성하지만 내 글이다.. 그런데 주 업무가 있다 보니 글쓰기는 점점 뒷전이 되고 습관들은 뭉개졌다. 이런 나에게 작가로서 몸에 베여야 하는 기본적인 습관을 다시 일깨워준 '직업으로써의 소설가'를 통해 다시 나를 돌이켜 보았다.
무라카미 하루키 그의 이름
우리 모두가 아는 그 작가의 자전적인 에세이다. 전공도 다르고, 가게를 이끄던 미국 야구선수가 2루타를 치는 순간 갑자기 소설을 쓰겠다고 다짐을 했다. <바람의 노래 들어라> 이름도 생소한 소설이다. 그 뒤 긴 호흡으로 인생의 다양한 글을 쓰고, 옆나라 한국에 까지 알려진 저자는 어떠한 습관이 몸에 밴 것일까??
#1
어차피 멋진 소설은 쓸 수가 없어. 그렇다면 소설이란. 이런 것이다. 문학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기성 관념을 버리고 느끼는 것,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써보면 되지 않을까?
일단 쓰세요. 시작을 했지만 끝을 보지 못했던 나에게 주변의 제약 없이 글을 쓰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 주었다.. 맘에 안 들어도 어때? 일단 쓰자. 모든 건 퇴고 때 없는 거지.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니 글쓰기가 조금 쉬워졌다.
#2
새벽 4시에 일어나 5~6시간 글을 쓴다고 합니다. 오후에는 10키로 조깅을 하고 1500미터 수영으로 체력을 관리합니다. 그리고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다가 9시에 잡니다.
#3
장기적인 일을 할 때는 규칙성이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입니다.
규칙적으로 지속하기. 쓰고 난 다음에는 이 습관을 이어가는 것이 좋다. 사람은 본디 노는 것을 좋아한다. 지금 이 순간도 쉬는 게 좋다. 그냥 이불 안으로 들어가서 뒹글 구르고 싶다.(이불 밖은위험해!) 그렇기에 우리는 규칙적으로 나를 통제할 필요가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긴 호흡을 위해 체력 관리와 매일 5-6시간의 글쓰기를 한다. 1979년부터 지금까지 긴 호흡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하루 빠지면 어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작은 눈덩이를 매일 굴리면 눈사람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모든 것에 제약받지 않는 시간에 규칙적으로 글 쓸 시간을 찾아야한다.
#4
인간의 삶이란 얼핏 보기에는 아무리 시시하더라고 실은 그런 흥미로운 것을 자연스럽게 줄줄이 만들어냅니다. 거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되풀이하는 것 같지만, ‘건전한 야심을 잃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3번째 작품 이후로 소재의 고갈을 느낀다는 작가들을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놀랍게도 소재의 고갈을 느낀 적이 없으며, 소재가 없다는 사람에게 반복적인 일상을 매일 새롭게 보는 법을 알려준다. 명확한 목표와 다른 시각에서 오늘을 바라보라는 말이 '아'라는 감탄사가 나왔다. 같은 일상이 작은 방향의 차이로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 시작한다.)
책으로 엿본 무라카미 하루키 저자의 삶은 당연하지만 몸에 배이기 어려운 글쓰기 책의 공통적인 진리가 삶에 이미 녹아들었다. 그렇기에 지금도 꾸준히 작품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닐까?
에세이 형식의 일본 특유의 문체의 글을 잘 접하지 않았던 나로서, 책의 전체 내용보다 부분적인 내용만 기억에 남아있다. 노출 효과의 차이로 인한 아웃풋이 아쉬운 점만 빼고,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배워야 할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을 하게 해 주어서 나름 의미가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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