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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순이의 길/똑똑똑 독서

#79 오늘 뭐 먹지? 아니 오늘 뭐 사먹지

by iwantfree 2019. 12. 16.

시장에 가서 저렴한 가격에 장을 보고, 간단한 요리를 하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던 시절이 있었다. 집밥 횟수가 늘 수록 음식물 쓰레기의 양도 늘었다. 요즘은 집에 와도 피곤하고 다시 요리를 준비하면 늦은 시간에 식사를 하다 보니 간단하게 빨리 먹을 수 있는 외식을 선호한다.

'오늘 뭐 먹지?' ->'오늘 뭐 사 먹지?'
그래. 나는 이렇게 고민이 바뀌었다.  그런 나에게 오래전 요리를 하는 즐거움과 음식과 함께 하는 추억 키워드를 떠오르게 하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사실 재미있냐고 물으면 재미는 없었다. 에세이라는 소설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다소 생소한 나물 요리, 안주거리들의 추억은 흥미롭지도 않았다. 하지만 묵묵히 읽을수록 저자의 추억이 담긴 음식에서, 나의 음식 추억이 하나둘 떠올랐다.

할머니 집에 가만 가면 있는 시원하고 고소한 보리차
익숙한 손맛으로 만들어주는 추억의 찜닭
성인이 되어서 알게 된 진정한 '된장찌개'의 맛
도전을 했지만 실패의 연속인 나의 스콘

나의 추억 많은 부분는 음식을 뺄 수가 없다.(여행 때도 맛집이 1순위) 우리는 음식을 먹지만 사실은 사람과의 추억이 먹고 있다. 그래서 오랜만에 연락하는 사람에게 새로운 추억을 쌓자는 의미, 나의 시간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로 식사를 하게 되는 건지도 모른다. 식사는 당연하고, 배고프니까 먹는 것이 아닌, 오늘의 나의 추억과 몸매를 만드는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다시, 소소한 요리를 시작했다.
<콩나물 불고기>

블로그를 통해 가장 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법을 찾았다. 그리고 가장 저렴한 콩나물 1000원어치, 불고기용 앞다리살 2근을 준비했다. 사실 1근만 있어도 좋지만 이벤트 중이라서 2근으로 샀다. 콩나물을 손질하고 냄비바닥에 깐다 그 위로 앞다리살 1근만 넣는다. 한 번에 많이 만들면 계속 그것만 먹어야 한다. 그런 건 질니까 1근만. 고기 위로  얼마 안 남은 갈비 양념장을 쏟고 약물로 콩나물에서 물이 나와 익을 때까지 기다린다. 어느 정도 익으면 강불로 주걱을 저으며 고기를 익히면 끝난다.  이제 하얀 밥 위에 고기와 콩나물을 얹어서 먹는다. 고기 사이로 씹히는 콩나물의 맛은 별미, 제육에서 느낄 수 없는 다른맛이랄까? 어려운 요리같았는데 막상해보니 별거 없었다. 우리 인생의 고민도 걱정도 그러하겠지.

 

꼭꼭 씹으면 밥의 단맛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묵묵히 천천히 음미하는 책 한편을 통해, 묘한 에세이의 맛을 느껴보고 실천해본 한주였다. 그래도 요리는 주말에하는게 참 좋은것 같다. 평일은 미리 전달 요리를 하고 다음날 데우거나..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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